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한 고객이 생선을 고르고 있다. [이상섭 기자]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한 고객이 생선을 고르고 있다. [이상섭 기자]

뒤바뀐 생산지…오징어가 서해로, 멍게는 동해로 고수온에 우럭·광어 집단 폐사…공급 차질에 시세↑ 대체 수입으로 대응하지만…장기적 물가 상승 우려 “수온이 올라가면서 오징어가 서해로, 멍게가 동해로 이동했습니다. 각 어종을 모니터링하면서 수급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실시간으로 현지 수입처와 소통합니다. 전쟁 같아요.” (A대형마트 수산물 수산물 상품기획자 김씨)

“작년에는 원전 오염수가 변수였다면, 올해는 해외 수급이 이슈입니다. 해외 대체 품종은 국내산과 비슷하면서도 가격이 더 저렴해야 합니다. 원양뿐만 아니라, 세네갈, 모로코, 노르웨이 등 세계 각지에서 들고옵니다.” (B이커머스 수산물 상품기확자 이씨)

유통업계에 수산물 수급 전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유통채널에서 수산물 상품기획자(MD)들은 최근 수온 변화로 수산물 지도가 바뀌면서 물량 확보가 어려워졌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에서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곧바로 해외로 눈길을 돌린다. B이커머스 수산물 MD 이모씨는 “가정에서 일상적으로 소비하는 오징어, 갈치, 고등어 등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해외에서 대체 수산물까지 도입해 수요에 대응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고수온 영향을 받는 대표적 어종은 우럭(조피볼락), 광어, 돔 등 생선회로 쓰이는 물고기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올해 6월 11일부터 8월 17일까지 양식장에서 폐사한 우럭, 광어, 돔 등은 총 140만마리에 달했다.

경남 통영시 욕지도 한 양식장에서도 다량의 조피볼락(우럭)이 폐사해 바다에 둥둥 떠 있다. [연합]
경남 통영시 욕지도 한 양식장에서도 다량의 조피볼락(우럭)이 폐사해 바다에 둥둥 떠 있다. [연합]

A이커머스 수산물 MD 김모씨는 “우럭은 양식을 해도 육상에서가 아니라 바다에서 가두리 양식을 하기 때문에 수온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는다”며 “광어는 육상에서 바닷물을 끌어 양식하는데, 냉각기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수온이 높아지자 집단폐사가 일어났다”고 말했다. 업계는 수급 문제 해결책을 해외에서 찾고 있다. 국내산과 같은 어종이라면 다행이지만, 여의치 않으면 가장 맛이 비슷하며 가격이 저렴한 품종을 발굴한다. 같은 갈치라도 세네갈, 모로코 등 수입처가 다양하다.

김씨는 “최근 제주에서 대형 사이즈 갈치가 많이 어획되지 않아서 수급에 차질을 겪고 있었는데, 다행히 연말부터 세네갈산 대형 갈치를 수입하기로 계약해 한숨 돌렸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수온 변화가 단기간에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다보니 오랜 시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해서 변수를 파악해야 한다”며 “이를 토대로 현지 생산자와 실시간으로 물량과 가격을 협상해야 안정적으로 물량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세네갈산 대신 모로코산 갈치를 선택했다. 그는 “최대한 국내산 갈치와 비슷한 상품을 찾은 곳이 모로코였다”며 “수온 변화로 어획량이 줄어든 오징어는 원양산으로 감당하고 있다”고 전했다.

수온 변화는 물가와도 직결된다. 두 MD는 장기적으로 국내 수산물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수급에 차질을 빚고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는 이미 조기(굴비) 어획량이 3년 연속 감소하며 평균 가격이 3년 전보다 40%가량 올라간 것으로 파악한다. 전복도 장기적으로 수온이 더 오르면서 공급량이 줄어 가격이 오를 전망이다. 올해 전복은 고수온에 대비해 생산자들이 조기 출하하면서 시세가 급락한 상태다.

서울 한 시장에서 판매 중인 굴비. [연합]
서울 한 시장에서 판매 중인 굴비. [연합]

김씨는 “광어 양식장에서 폐사가 일어난 지역과 계약을 맺은 유통채널들은 이미 물량 수급에 문제를 겪고 있다”고 전했다. 이씨는 “과거에는 무분별한 어획으로 공급이 줄어든 것이라면 최근에는 수온 변화로 인해 근본적인 어장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그는 “장기적으로 국산 수산물 수급량이 감소하면서 외국산 수산물 의존도가 높아지면, 물가 방어에도 어려움이 생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석준 기자


육성연 gorgeous@heraldcorp.com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