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니어 출신…달콤 거쳐 ‘비트’ 대표 “로봇은 로봇의 일을 한다” 오류 잡기 총력 목표는 ‘플랫폼’·시리즈B 투자 유치 목표

커피를 마시고 싶으면, 일단 휴대폰을 든다. 앱(App)을 열고 커피를 주문한다. 안내받은 시간에 맞춰 매장에 가면 사람은 없고 로봇 팔만 분주히 움직인다. 그 앞에는 6개의 픽업대와 터치스크린이 있다. 전송받은 번호를 누르면 픽업대 중 하나가 열리고 주문한 커피가 나온다.

지성원 비트코퍼레이션 대표 [비트코퍼레이션 제공]
지성원 비트코퍼레이션 대표 [비트코퍼레이션 제공]

이 장면은 지성원(42) 비트코퍼레이션 대표가 선보인 로봇카페 ‘비트’의 내부 풍경이다. 비트코퍼레이션은 비트를 꾸준히 개선해왔다. 현재는 세 번째 버전인 로봇카페 비트3X를 내놓은 상태다. 지 대표는 B2B(기업과 기업간 전자상거래) 중심이었던 회사의 사업을 로드상권까지 공략하는 B2C(기업과 소비자간 전자상거래) 기업으로 확장해가고 있었다. ▶엔지니어 출신이 커피전문점 대표?!…달콤 거쳐 ‘비트’ 대표까지=헤럴드경제가 최근 만난 지 대표는 로봇카페 시장을 선도한다는 자부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그는 2006년 다날의 엔지니어로 입사했다. 다날은 B2B 사업 중심의 회사였다. 벨소리와 통화연결음, 휴대폰 결제 솔루션 개발이 회사의 주요 먹거리였다.

지 대표는 다날 콘텐츠 사업부에서 고객 서비스 관련 개발을 해왔다. 자연스레 고객이 접하는 서비스에 큰 관심이 생겼다. 그러던 중 다날 내부에서는 소비자를 직접 상대하는 브랜드를 만들자는 목소리가 나왔다. B2C 브랜드를 만들자는 것이었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다날F&B의 카페 브랜드 달콤커피(현 달콤)다. 지 대표는 해당 프로젝트를 맡게 됐다. B2B의 중심에서 B2C 사업을 이끌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 달콤은 8년 이상 영업을 이어가고 있는 카페 브랜드가 됐다. 특히 2016년 12월부터 방영된 드라마 도깨비의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큰 관심을 받기도 했다. 지 대표는 “당시 달콤 매장이 1년에 70개까지 확장할 정도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가 달콤의 대표를 맡으면서 우선 고민한 것은 오프라인 플랫폼화였다. 지 대표는 “커피에는 남녀노소 구분이 없다. 오프라인 단일 평수에 가장 많은 사람들이 오가게 하는 콘텐츠가 커피라고 생각했다”라며 “왜 오프라인 카페는 플랫폼에 대한 고민이 없을까 고민했다”라고 말했다. 카페를 단순히 커피만 주문하고 잠깐 머물다가 곧바로 나가는 공간이 아닌, 손님을 붙잡아 다양한 사업을 펼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만들자는 계획을 세웠다.

컴퓨터 엔지니어 출신답게 그는 앱에 집중했다. 현재 스타벅스의 사이렌오더와 비슷한 기능을 생각했다. 앱으로 회원을 모으면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것이다. 이에 지 대표는 앱 주문을 늘리기 위해 다양한 프로모션도 선보이고 많은 기술을 탑재하는 등 노력했다. 하지만 앱을 통한 주문율은 15% 이상으로 올라가지 않았다. 게다가 키오스크까지 나오면서, 앱 주문율은 더 떨어졌다.

오프라인 플랫폼이 어렵다고 느끼던 차, 내부에서는 한 태스크포스(TF)를 생겼다. 앱으로 주문하는 매장을 만들자는 목표에서 출발한 TF였다. 로봇카페 비트의 시작이었다.

▶로봇은 로봇의 일을 한다…오류 잡기에도 총력=그가 비트에 대한 구체적인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6년 미국 가전 전시회(CES)에서 커피를 내리는 로봇을 보고 나서다. 그는 여기서 ‘앱으로 주문해서 로봇이 움직이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때마침 스타벅스가 커피 머신을 자동화했다. 4차산업이라는 말도 유행하기 시작했다. 로봇이 커피를 만들어도 이상하지 않은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이다. 달콤 시절 로봇카페 프로젝트를 최초로 기획했던 지 대표는 관련 TF가 출범한 지난 2017년부터 로봇카페 비트 개발 및 사업 총괄을 맡았다.

그는 “전문 바리스타가 만든 커피를 로봇카페에서 바라는 것은 무리”라며 “그런 커피를 마시려면 바리스타가 있는 커피 전문점을 찾아야 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사람이 꼭 필요한 일은 사람이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원두를 갈고, 누르고, 적절한 물 온도를 맞춰 커피를 추출하는 작업은 굳이 사람이 할 필요가 없었다. 로봇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작업이었다. 그는 “우리는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 로보틱 처리 자동화)를 가장 잘 하는 푸드테크 회사”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로봇에게 일을 맡긴다는 것이 커피 맛을 외면한다는 것은 전혀 아니다. 지 대표는 오히려 이 사업의 본질은 F&B(Food & Beverage, 식음료)라고 말했다. 그는 비트3X를 도입하면서 원두의 품질을 개선했다. 그저 비트가 추구하는 방향이 로봇 바리스타가 만든 평범한 커피는 아니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지 대표는 “많은 테크 회사들이 로봇의 움직임, 하드웨어 관점에만 집중하고 있다”며 “저희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좋은 커피를 인건비 없이 만들어서 제공하는 콘셉트”라고 말했다.

고객이 로봇 매장을 편하게 즐기기 위해선 기계에 오류가 없어야 한다. 가장 처음 선보인 1세대 비트는 오류가 생겼는지 조차 인지하지 못했다. 커피 없이 빈 잔만 나오는 사고도 있었다. 2세대 비트에는 통신 기능이 더해져 오류 발생 여부를 회사가 인지하고 곧바로 조치할 수 있다. 하지만 처리 속도가 빨라졌을 뿐, 소비자가 불편을 경험해야 하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3세대는 달랐다. 지 대표는 “비트3X에서는 고장 사실을 미리 알 수 있다. 몇 번째 픽업대가 고장 났다면 해당 픽업대 사용이 막히는 등의 조치가 미리 취해진다”며 “소비자가 최대한 오류를 경험하지 않게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미 입점된 이전 모델들을 대상으로도 개선 작업을 진행, 오류 발생 빈도를 크게 줄였다고 설명했다.

▶목표는 ‘플랫폼’…기술 고도화로 투자 유치까지=비트의 최종 목표를 묻자 지 대표는 ‘플랫폼’이라고 답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의미가 담겨있다. 하나는 고객을 회원으로 만드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더 고도화된 기술적 플랫폼으로 도약하겠다는 뜻이다.

그는 비트를 두 가지에 비유하면서 이를 설명했다. 첫째는 넷플릭스다. 지 대표는 “비트는 넷플릭스와 다를 것이 없는 회사”라며 “그들의 콘텐츠는 영화이고, 우리의 콘텐츠는 커피인 것이 다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오프라인 매장도 있어 훨씬 가치가 높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커피라는 콘텐츠를 이용하는 고객을 흘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회원으로 만들면 관련 상품 판매부터 광고까지 다양한 분야로 발을 넓힐 수 있다고 확신했다.

둘째는 스마트폰이다. 잘 만든 스마트폰에는 수많은 기술이 붙는다. 그 덕분에 스마트폰을 통한 여러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진다. 그는 “그동안 비트는 피처폰이었다”며 “이제는 모든 것을 데이터화하고 자동화하는 기술을 탑재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으로 전진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핵심은 아이매드(i-MAD)다. 아이매드는 안정적인 무인 매장 운영을 지원하는 자동화 운영 플랫폼으로, 비트3X가 탑재된 무인 매장 비트박스에 적용됐다. 그는 “아이매드를 잘 만들어야 기업 가치에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 대표는 새로운 투자를 위해 비트에 힘을 쏟고 있다. 그는 비트 입점을 확장해 외형을 키우고 기술적 가치를 높이는 것, 그리고 나아가 해외 시장까지 진출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그는 “이 사업 만큼은 우리가 글로벌 퍼스트 무버(Global First Mover)”라며 “규모를 키우고 기술적 가치도 잘 증명해 연말까지 시리즈B 투자를 유치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박재석 기자/


육성연 gorgeous@heraldcorp.com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