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국숫집 미미옥 직원들의 워크숍 모습 [로프컴퍼니 제공]
쌀국숫집 미미옥 직원들의 워크숍 모습 [로프컴퍼니 제공]

“2년차는 연차가 20일, 3년차는 25일이에요. 오전 7시 출근 조는 오후 3시 퇴근 후 저녁에 친구 와도 놀 수 있고요.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인 ‘슬랙(slack)’으로 소통합니다. 퇴근 시간 이후엔 ‘알람’이 안 와요. 자동으로 꺼지거든요.”

IT업계의 얘기가 아니다. 미미옥(쌀국수), 버거보이(햄버거) 등 3개 식음료(F&B) 브랜드, 5개의 식당을 운영하는 업체 로프컴퍼니의 이야기다. 20~33세의 직원 70여 명이 모인 이 회사의 근속 연수는 약 2년이다. 통계청에 따른 청년층(15~29세)의 첫 직장 평균 근속기간인 18.8개월보다도 5개월이나 길다. 이들의 주된 근무지는 ‘식당’이다.

쌀국숫집 미미옥 직원들은 커뮤니케이션 툴인 ‘슬랙(slack)’을 이용해 소통한다. 화재 관련 한 팀원의 공지(왼쪽)와 근무 수칙에 대한 소통 예시. [로프컴퍼니 제공]
쌀국숫집 미미옥 직원들은 커뮤니케이션 툴인 ‘슬랙(slack)’을 이용해 소통한다. 화재 관련 한 팀원의 공지(왼쪽)와 근무 수칙에 대한 소통 예시. [로프컴퍼니 제공]

평균 근속연수 2년, ‘식당=회사’…MZ 직원 모인 쌀국수집 비밀 로프컴퍼니의 사례는 구조적인 구인난으로 허덕이는 외식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젊은 직원이 나가지 않고 오래 일할 수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13일 헤럴드경제와 인터뷰한 안건후(27) 미미옥 브랜드매니저는 주방 아르바이트생으로 시작해 3년째 외식업계에서 일하고 있다. 현재는 본사인 로프컴퍼니의 팀장으로 승진해 브랜드를 총괄하는 일로 업무가 확장됐다. 근속 1년 시 5일이 추가되는 사내 규정에 따라 그의 한 해 연차는 25일이다. 일반 기업의 3년차 직장인이라면 기본 연차(15일)에 하루가 더해진 16일 정도가 일반적이다.

1년마다 연차 5일 추가…기회·소속감 부여, ‘직원’ 중심 식품업계 박람회에 가면 빠지지 않고 나오는 얘기가 ‘구인난’과 디지털화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2021년 9월 전국 외식업주 20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74.9%가 ‘인력난이 증가했다’고 답했다. 장기화된 3고(고환율·고물가·고금리) 상황과 열악한 노동 환경, 인구 감소까지 더해져 외식업계는 점점 더 외국인 근로자와 기계에 의존하고 있다.

쌀국숫집 미미옥 직원들의 단체 사진 [로프컴퍼니 제공]
쌀국숫집 미미옥 직원들의 단체 사진 [로프컴퍼니 제공]

안 매니저는 미미옥에서 홀 서빙, 주방 일 등도 여느 식당처럼 쉽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그가 일하는 쌀국숫집은 기회, 소속감,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을 존중하는 문화를 가진 곳이었다. 우선 직원의 휴식을 대하는 태도가 달랐다. 식당의 경우 직원 휴게실이 따로 없거나 매장 또는 손님 대기실에서 쉬는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다반사다. 미미옥의 경우 매장과 별도의 다른 건물의 한 공간에 침대 등이 놓인 직원 휴게실을 마련했다. 카톡은 쓰지 않아…MZ 직장인 툴 ‘슬랙’으로 소통 직원들이 개인이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쌓아나갈 수 있도록 직원을 중심에 둔 점도 특징이다. 근무 시간대를 나눠 하루 종일 매장에서만 시간을 보내는 일이 없도록 했다. 오전 7시 출근 조는 오후 3시 퇴근 후 여느 직장인처럼 저녁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로프컴퍼니는 쌀국수 가게, 햄버거 가게가 근무 공간인 직원이 ‘회사’에 다닌다는 소속감을 가질 수 있도록 여러 ‘장치’를 마련했다. 주방·홀 근무자 등 모든 정직원은 사원증이 있다. 사원증으로는 제휴업체에서 할인을 받을 수 있다. 3년차 이상 직원에게는 교통비를, 4년차 직원에게는 통신비를 지원한다.

12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진행된 삼성웰스토리 주최 ‘2023 푸드페스타’의 한 강연에서 로드컴퍼니가 심화되는 구인난에 대응한 사례로 소개되고 있다. 김희량 기자
12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진행된 삼성웰스토리 주최 ‘2023 푸드페스타’의 한 강연에서 로드컴퍼니가 심화되는 구인난에 대응한 사례로 소개되고 있다. 김희량 기자

이러한 회사 문화는 MZ세대, 나아가 외식업계 인재의 이탈에 대해 본사와 직원들이 오래 고민한 결과다. 본인 또한 MZ세대인 박재현 로프컴퍼니 대표는 “이 세대가 무엇을 추구하는지 고민했을 때 ‘돈’만은 아니라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저는 이들이 멋있는 라이프스타일(삶)을 추구하는 한 명의 개인이라는 점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미미옥의 팀장·부팀장이 회사의 지원으로 전통주 소믈리에 자격증을 취득해 퇴근 후 MZ세대로 이뤄진 막걸리 커뮤니티를 이끄는 것이 대표적이다. “MZ세대 직원들, 멋있는 삶 사는 개인으로 지원” 공지사항이나 피드백을 전달해야 하는 디지털 소통에서는 카카오톡을 쓰지 않는다. 직원의 일상을 침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스타트업 등에서 많이 쓰는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툴인 슬랙을 쓴다. 슬랙을 통해 팀원의 생일을 축하하거나 각종 공지사항을 알린다. 퇴근 시간에는 이 알람은 울리지 않는다.

2~3주에 한 번씩 직원들은 자기 평가표를 작성한다. 직원 스스로 본인의 컨디션을 챙기고 회사도 직원의 상태를 알기 위해서다. 평가 항목은 업무 수행 능력·근무 자세·발전 가능성이다. 박 대표는 “대인관계 점수가 낮다면 팀원 간 문제가 있을 수 있어 면담 등을 통해 피드백을 주거나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고 설명했다. 김희량 기자


육성연 gorgeous@heraldcorp.com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