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식품 업계가 다양화·세분화한 ‘매운맛’을 연달아 선보이고 있다. 매운맛이 대중적으로 자리 잡으면서 한층 높아진 소비자 입맛을 사로잡으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오뚜기 ‘마열라면’. [오뚜기 제공]
오뚜기 ‘마열라면’. [오뚜기 제공]

‘마니아’에서 ‘대중’으로…발전하는 ‘매운맛’ 4일 업계에 다르면 올해 여름에는 매운맛을 앞세운 식품이 잇달아 출시되고 있다. 다만 매운맛 유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4년 전인 2019년에도 마라가 대유행하면서 이를 활용한 각종 식품이 출시된 바 있다. 하지만 자극적인 탓에 일부 마니아가 즐기던 매운맛은 계속되는 유행에 점차 ‘대중화’ 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맞게 매운맛에서도 새롭고 다양한 맛을 찾으려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단순히 맵기가 강해진 제품이 아닌 색다른 매운맛을 추구하고 나선 셈이다.

소비자가 요구하는 매운맛의 기준이 한 층 높아지면서, 식품 업계는 이러한 변화에 주목해 개발한 매운 맛 식품을 선보이는 중이다.

다양화·세분화한 ‘매운맛’으로 소비자 입맛 잡기 총력 오뚜기는 8월 중 기존 ‘열라면’에 마늘과 후추를 더한 ‘마열라면’을 출시할 예정이다. 오뚜기의 대표 매운맛 국물 라면인 열라면에 다진마늘과 후추를 활용해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매운 맛을 구현했다는 설명이다.

농심 ‘신라면 더 레드’. [농심 제공]
농심 ‘신라면 더 레드’. [농심 제공]

오뚜기 관계자는 “개발 단계에서 마늘, 후추 등 부재료를 넣어 더 다양한 매운맛을 즐기는 소비자들의 취식 형태를 고려했다”고 말했다. 농심도 오는 14일 한정판 ‘신라면 더 레드’ 출시를 앞두고 있다. 신라면 더 레드는 스코빌지수가 7500SHU로 기존 ‘신라면(3400SHU)’보다 2배 이상 높다. 현재 농심에서 판매하는 라면 중 가장 매운 제품인 ‘앵그리 너구리(6080SHU)’보다 스코빌 지수가 약 23% 높기도 하다.

스코빌지수는 고추에 포함된 캡사이신의 농도를 계량화해 매움 정도를 수치로 나타낸 지수다. 스코빌 지수가 높을수록 캡사이신 함량이 높아 매운맛이 강해진다.

농심은 “신라면 더 레드에 청양고추, 후추 등 향신 재료를 넣어 기존과는 색다른 매운맛을 구현하면서도, ‘맛있게 맵다’는 기존의 신라면 브랜드 이미지를 환기하기 위해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한정판 출시로 농심은 ▷신라면 더 레드(7500SHU) ▷앵그리 너구리(6080SHU) ▷신라면(3400SHU) 등 국물 라면의 매운맛을 ‘3단계’로 세분화한 셈이다.

파리바게뜨 마라 페어. [파리바게뜨 제공]
파리바게뜨 마라 페어. [파리바게뜨 제공]

프랜차이즈 업계에도 번진 ‘매운맛’ 매운맛 유행은 라면 업계를 넘어 일반 프랜차이즈로도 확장했다. 기존 메뉴와 다르게 매운맛을 강조한 이색 메뉴를 출시하는 프랜차이즈도 나왔다.

햄버거 프랜차이즈 롯데리아는 6월부터 매운맛을 앞세운 ‘청주 매운만두’를 사이드 메뉴로 판매 중이다. 해당 메뉴는 맵기 정도가 다른 매운만두, 미친만두 2종으로 나눠 선보였다. 출시 직후 일주일 만에 10만개 가까이 판매고를 올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고, 현재 품절로 재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베이커리 프랜차이즈 파리바게뜨는 여름철을 맞아 ‘얼얼하게 매운맛’을 강조한 마라 메뉴를 출시했다. 소시지빵과 크로켓, 찹쌀떡에도 마라를 활용함으로써 새로운 조합을 선보인 셈이다.

“맵부심이 싫어요”…일부 소비자, “매운맛 유행 반갑지 않아” 한편 일부 소비자 사이에서는 매운맛 유행이 마냥 반갑지 만은 않다는 의견도 나왔다. 매운맛이 대중화하면서 각종 제품이 출시되자 오히려 ‘순한맛’ 식품 선택권이 위축됐다는 맥락에서다. 최근 몇 년 동안 식품 업계에서 제로 관련 식품이 연달아 출시되면서 ‘비(非)제로파’ 소비자가 불만을 가졌던 현상과 비슷하다.

대학생 민 모(24)씨는 “매운 음식이 유행하면서 다른 사람들과 같이 먹게 되기도 하는데, 솔직히 눈치가 보여 다수결에 의해 억지로 맵게 먹은 적도 있다”고 했다.

취업준비생 하 모(26)씨도 “함께 먹을 떡볶이를 주문할 때 친구가 맵게 먹고 싶어해 곤란했고, 치즈와 주먹밥을 함께 주문해 먹었는데도 너무 매워 이후에는 매운 음식을 피하게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전새날 기자


육성연 gorgeous@heraldcorp.com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