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역에서는 상수도 수질이 연방 기준을 안정적으로 충족하지 못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노후화된 배관과 지역별 수질 편차, 염분 및 미생물 오염 문제가 일상적인 생활 리스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러한 환경으로 수돗물에 대한 불신이 굳어졌고, 가정 단위에서 직접 음용수를 관리하려는 수요가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코트라(KOTRA)에 따르면 최근 현지에서는 비용과 편의성, 장기적 안전성을 고려해 정수기를 선택하는 가구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바그다드, 바스라, 에르빌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중산층 소비 여력이 회복되면서 정수기는 냉장고나 에어컨과 유사한 생활 필수 설비로 인식되는 추세다.
이라크 수처리 및 환경 솔루션 분야에서 10년 이상 활동한 현지 유통업체 관계자 알 샴마리(Al-Shammari) 씨는 코트라를 통해 “이라크 정수기 시장은 수입 규모만 보면 불안정해 보일 수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정수기를 찾는 수요가 사라진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여름철에는 수질에 대한 불안이 커지면서 정수기 문의와 설치 수요가 눈에 띄게 늘어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현지 유통업체 관계자는 “과거에는 가격이 가장 중요한 선택 기준이었지만, 최근에는 필터 성능과 사후관리 여부를 먼저 묻는 소비자가 많아졌다”며 “정수기가 단순 가전이 아니라 가족 건강과 직결된 설비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 가장 큰 변화”라고 평가했다.
이라크 정수기 시장은 수입 의존도가 매우 높은 구조를 보인다. 중국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최대 공급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튀르키예는 지리적 근접성과 중간 가격대 제품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독일산 제품은 물량은 제한적이지만 상업용 및 고급 시장을 중심으로 꾸준한 수요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산 정수기는 코웨이(Coway)를 중심으로 기술력과 품질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는 중국·튀르키예 제품과의 경쟁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브랜드 신뢰도와 사후관리 역량을 중시하는 소비층을 중심으로 일정한 수요 기반이 유지되고 있다.
육성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