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상품위원회 열고 수백개 제품 직접 평가 코로나 이후 일 주문량 폭증…선도관리 강화 중 올해 ‘컬리온니’ 상품 강화…비식품도 확대 "유통 대 전환기…공격적 투자 이어갈 것”

지난달 21일 방문한 서울 강남구 마켓컬리 사옥. 매주 열리는 마켓컬리의 상품위원회를 참관하기 위해 건물 4층에 들어서자 클래식 음악이 먼저 반겼다. 김슬아(37) 마켓컬리 대표와 직원 10여명이 블루투스 스피커와 무선 이어폰 주위를 둘러싼 모습이었다. 출력과 디자인, 기능 등을 두고 열띤 대화가 이어졌다. 그 옆엔 화훼농장에서 이제 막 수확한 듯 싱싱한 자태를 뽐내는 튤립 꽃도 눈에 띄었다. 신선식품 등 먹거리를 주로 취급하지만, 이들 모두 최근 마켓컬리가 선보이고 있는 상품이라고 관계자는 소개했다.

▶“400개 달하는 제품 매주 직접 평가”=본격적인 식음료 상품 평가가 시작됐다. 청도 산딸기를 들고 나온 김대승 마켓컬리 MD는 “흑딸기를 개량해 기존 산딸기보다 단단하고 사이즈가 좀 더 크다”고 소개했다. 산딸기는 쉽게 무르기 때문에 온라인 판매가 쉽지 않은 품목 중 하나다. 신선한 상품을 제공하기 위해 오전 8~10시 사이 수확해 11시까지 선별을 마친 뒤 오후 4시까지 물류센터에 입고할 예정이라고 김 MD는 설명했다. 100% 콜드체인 시스템을 이용하는 건 기본이다.

스피커 상품을 살피는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가운데)와 직원들. 사진=이상섭 기자 babtong@heraldcorp.com
스피커 상품을 살피는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가운데)와 직원들. 사진=이상섭 기자 babtong@heraldcorp.com

김 MD의 설명이 끝나자 “용량을 250g으로 잡은 이유가 있나”, “물량 공급에는 문제 없나”, “노지와 수막(하우스)을 오가며 재배할 시 품질 문제는 없겠나” 등 김 대표의 질문이 쏟아졌다. “산지 작업장에 꼭 가보도록 하라”는 김 대표의 당부를 끝으로 산딸기 상품에 대한 평가가 끝났다. 상품위 내내 어느 하나 쉽게 오케이 사인을 받는 상품이 없었다. 이런 식으로 김 대표는 인터뷰 당일에만 400개 넘는 상품을 직접 점검했다. 마켓컬리의 모든 상품이 이런 과정을 거쳐 소비자 품에 안긴다. “맛이나 가격 뿐 아니라 온갖 평가를 다 해요. 가전제품은 ‘AS가 잘 되냐’부터 ‘집 인테리어와 어울리냐’까지. 화장품처럼 오래 써봐야 하는 상품은 미리 체험단을 꾸려 리뷰한 뒤 상품위에서 논의해요. 그러다보니 어떤 상품은 기획부터 론칭까지 1년 가까이 걸렸을 때도 있었어요.”

▶‘다양성’ 원하는 고객 만족, 컬리 지향점=김슬아 대표는 2015년 마켓컬리를 통해 신선식품 ‘새벽배송’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열었다. 신선식품을 주문하면 다음날 새벽 집 앞에 가져다주는 이 서비스에 유통 대기업들도 잇따라 뛰어들었다. 현재는 1조원 규모의 시장으로 성장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마켓컬리와 같은 신선식품 온라인몰은 더욱 바빠졌다. 외출을 자제하고 온라인을 통해 장보는 수요가 늘면서 최근 하루 평균 3~4만건에 달하는 주문량을 소화하고 있다. 많게는 하루 5만건을 넘길 때도 있다.

김 대표는 “최근 채소·과일 수요가 많이 늘었는데 신선한 농산물로 영양가 높은 식탁을 차리려는 소비자들이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며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소비자들이 온라인으로 더 많이 넘어올 것으로 예상되기에 선도 관리를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크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마켓컬리가 지향하는 최고의 가치가 ‘다양성’이라고 말한다. 그간 국내에선 “애매한 품질에 싸기만 한 상품이 주로 유통됐다”는 것이다. 언젠가 포도알 만큼 굵은 신품종 블루베리를 본 김 대표는 이런 상품을 시중에서 볼 수 없다는 점이 의아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어디서도 유통하지 않다보니 점점 재배를 안 하면서 가격이 오르게 된 것이다. 김 대표는 이런 상품을 볼 때면 “최대한 많이 팔아서 가격을 떨어트리고 싶다”고 생각했고 거기서 마켓컬리가 출발했다.

김슬아 마켓컬리대표. 사진=이상섭 기자 babtong@heraldcorp.com
김슬아 마켓컬리대표. 사진=이상섭 기자 babtong@heraldcorp.com

다양성과 품질을 우선하다보니 마켓컬리 상품을 두고 가격이 다소 비싸다는 인식도 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가격을 떨어트리는 것과 품질을 올리는 것 중 컬리 만이 할 수 있는 건 온라인에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품질의 상품을 파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모든 상품이 매년 전 시즌대비 몇십 퍼센트씩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며 “올해 1분기 중에는 대한민국 국민이 가장 많이 먹는 10개 품목 가격을 확실히 잡겠다는 콘셉트로 장바구니 물가를 이렇게 낮출 수 있다는 프로젝트를 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매각? 지금은 공격적 투자할 때”=최근 몇년간 급성장한 마켓컬리를 두고 업계에선 기업공개(IPO) 또는 매각설이 내내 따라붙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매각했을 때 회사가 더 좋아질 수 있느냐 생각하면 아직까진 그런 시나리오가 없다”며 “또 현실적으로 IPO가 회사를 키우기에 좋은 옵션일 수는 있지만 지금은 공모시장에 나가 투자자 관리 등에 에너지를 쏟기에는 할 일이 너무 많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어 “경영진과 주주들이 공통적으로 동의하는 부분이 지금은 ‘온라인 식품 태동기’라는 점”이라며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성장하는 시장에서 공격적으로 투자할 때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올해 두자릿수 이상 매출 성장을 점쳤다. 그러면서도 “양적성장보다 질적성장을 늘 우선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마켓컬리 MD들이 제조사와 함께 기획해 선보이는 ‘컬리온니’ 상품에 보다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국내 최초로 ‘착유일자’가 표기된 동물복지 우유를 선보인 것이 대표적이다. 이 같은 기획이 마켓컬리의 최초 목표였던 ‘고객 소비생활의 다양성 확대’를 가능케 한다는 것이다. 무리한 가격 경쟁을 안해도 되다보니 제조사들의 만족감도 크다고 김 대표는 귀띔했다.

아울러 김 대표는 주문량이 늘고있는 만큼 이를 소화할 수 있는 시스템에도 지속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그 일환으로 현재 3개 물류센터(장지동·남양주·죽전)에 더해 올해 말 김포에 물류센터 추가 오픈을 준비 중이다. 김포 센터가 가동되면 소화 가능한 하루 주문량이 현재의 두배 수준인 10만건에 달할 전망이다. 현재 서울·경기지역에 한해 새벽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부분도, 추후 충분한 수요가 발생하면 권역 확대를 검토할 수 있다고 김 대표는 말했다.

“지금은 유통 대 전환기라고 봐요. 제대로 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이를 공고히 하기 위한 유·무형 자산, 브랜드 등에 투자해야 할 때죠. 특히 데이터 쪽에서 고객이 어떤 것을 클릭했다가 사지 않는지 행동 데이터 등을 통해 수요 예측을 좀 더 정교하게 하고자 해요. 또 ‘컬리가 어디까지 할 수 있나’ 기대하는 소비자에 부응하기 위해 식품 이상의 가치를 제공하는 브랜드로 거듭나고자 합니다.”

이혜미 기자


육성연 gorgeous@heraldcorp.com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