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북서부 토로에 있는 핀티아 와이너리 포도밭. 토로=육성연 기자
스페인 북서부 토로에 있는 핀티아 와이너리 포도밭. 토로=육성연 기자

베가 시실리아, 160주년 기념 와이너리 공개 스페인ㆍ헝가리 5개 와이너리서 경영 원칙 고수 토양에 적합한 품종ㆍ수확량 제한ㆍ전통 수작업 오랜 숙성 기간도 베가 와인의 특징 ‘결혼식 단골 와인’과 ‘스페인의 로마네 꽁띠’. 스페인 베가 시실리아(Vega Sicilia) 와이너리에 붙여진 단어들이다. 찰스 3세 영국 국왕과 다이애나의 결혼식에 사용됐으며, 프랑스 최고급 와인인 부르고뉴의 ‘로마네 꽁띠’에 견줘서 불릴만큼 명성이 높다.

베가 시실리아 초청으로 최근 방문한 와이너리에서는 스페인 와인 명가의 원칙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와이너리마다 각자의 지역 특성을 가지고 있었으나 ‘포도밭’이 가장 중요하다는 경영 원칙은 동일했다. 지역 환경에 가장 적합한 포도 품종과 재배 방식을 선택하고, 면적별로 수확량을 제한하는 등 섬세한 방식으로 포도를 재배했다. 베가 시실리아에게 떼루아(Terroir·토양과 기후 등 와인맛을 결정하는 복합적 요소)란 그야말로 와인맛의 모든 요소를 빨아들이는 ‘스폰지’처럼 여겨지고 있었다.

이번 투어는 베가 시실리아의 160주년 기념 행사로 진행됐다. 외부 공개를 잘 하지 않는 만큼, 이번 공개는 국내 업계에서도 의미있는 일이었다.

와이너리의 오너(소유주)인 파블로 알바레즈(Pablo Alvarez) 가문은 지난 1982년 베가 시실리아를 인수했다. 베가 시실리아를 중심으로 마칸(Macan)과 알리온(Alion), 핀티아(Pintia), 헝가리 오레무스(Oremus)까지 총 5개 와이너리를 운영 중이다.

마칸 와이너리의 라카노카(LA CANOCA) 포도밭 관계자가 포도나무 재배 방식을 설명하고 있다. 리오하=육성연 기자
마칸 와이너리의 라카노카(LA CANOCA) 포도밭 관계자가 포도나무 재배 방식을 설명하고 있다. 리오하=육성연 기자

처음 방문한 곳은 스페인 리오하(Rioja) 지역의 마칸 와이너리였다. 베가 시실리아와 프랑스 로스차일드 금융가문이 공동 합작한 와이너리로, 이 곳에서 유래한 레드 품종 템프라니요(Tempranillo) 만을 100% 재배하고 있다. 마칸의 라카노카(LA CANOCA) 포도밭에서는 ‘가지치기’가 가장 중요한 재배법이었다. 라카노카 관계자는 “보통은 더 많은 포도나무 가지로 수확량을 높이려 하지만, 마칸은 한 나무 당 5가지만 나오도록 제한한다”고 했다. 한 뿌리에서 나오는 영양분은 한정되므로, 수확량을 제한하면 포도 한 알에 더 많은 양분이 응축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면적으로는 1ha(헥타르)에 약 4000㎏으로 생산량을 제한한다. 그는 이어 “생산량 제한이 없으면 풀향이 강하고, 특히 거친 탄닌(와인의 떫고 쌉싸름한 맛을 내는 성분)을 갖게 된다”며 “마칸은 부드러운 탄닌을 생산하고 있다”고 했다.

환경보호적인 생산 방식도 눈에 띄었다. 옛날 방식대로 말을 사용해 고랑을 간다. 트렉터로 인한 밭의 손상을 막기 위해서다. 제초제도 사용하지 않고 농부가 직접 곡괭이로 잡초를 제거한다. 포도나무에는 살충제 대신 빨간 고리를 걸어뒀다. 기생충 번식을 막아내는 페로몬 주머니였다. 수확 시에는 포도가 짓이겨지지 않도록 손으로 직접 12㎏의 작은 용기에 담는다. 고급 와인을 위한 수작업 방식은 예상보다 고됐다. 1980년대 제초제 중단 등 일찍부터 유기농 와인의 중요성을 인식한 베가 시실리아는 지난 2020년 유기농 와인을 인증받았다.

마칸 와인(왼쪽), 베가 시실리아 인수 40주년 기념 한정판 와인. 리오하=육성연 기자
마칸 와인(왼쪽), 베가 시실리아 인수 40주년 기념 한정판 와인. 리오하=육성연 기자

‘장기 숙성 기간’도 베가 시실리아의 특징이다. 그는 “마칸에서는 14개월부터 최대 16달까지 오크통에서 숙성하고, 3년 정도의 병 숙성도 거친다”며 “전반적으로 숙성 기간이 매우 길다”고 했다. 또 다른 와이너리인 핀티아는 토로(Toro) 지역에 있었다. 진한 레드와인을 생산하는 곳이다. 포도밭은 마칸보다 한 나무 당 차지하는 자리가 넓었다. 토양이 다소 척박한 지역에서 수확량 대신 고품질에 초점을 맞춘 방법이었다. 하비에르 핀티아 관계자는 “한 나무에서 약 8㎏의 포도가 나오지만 이 또한 엄선해서 실제로는 3~4㎏만 사용한다”고 했다.

스페인에서 마지막으로 방문한 와이너리는 리베라 델 두에로(Ribera del Duero) 지역의 알리온이다. 양조시설에는 커다란 오크통과 스틸통이 늘어서 있었고 포도를 잘 휘젓기 위해 개발한 특수 파이프도 보였다. 베로니카 알리온 관계자는 “알리온은 모던한 와인을 만들려는 베가의 프로젝트로 시작됐다”며 “와인 양조는 정해진 레시피가 있는 것이 아니라, 포도 특성에 따라 블렌딩 비율을 하나씩 맞춰가는 과정이 있을 뿐”이라고 했다.

알리온 와이너리 지하 창고에 보관된 와인들. 리베라델두에로=육성연 기자
알리온 와이너리 지하 창고에 보관된 와인들. 리베라델두에로=육성연 기자

베가 시실리아 연구소 관계자는 “모든 포도밭을 세부적으로 나눠서 가장 적합한 관리법과 수확시기 등을 연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랜 기간에 걸쳐 탄생된 와인은 많은 양이 수출되진 않는다. 그는 “스페인에서도 많은 고객들이 대기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며 “총 생산량에서 약 17%(2023년 기준)만이 1456개국으로 수출된다”고 했다. 아시아 지역으로는 총 수출량의 약 20%가 제공되며, 국내에선 신세계엘앤비를 통해 유통되고 있다. 스페인 리오하·토로·리베라델두에로=육성연 기자


육성연 gorgeous@heraldcorp.com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