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들 ‘초심야배송 금지’에 한숨

신선식자재 의존 높은 업장 ‘비상’

“이해관계 대립, 신중한 논의 필요”

지난 11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역 인근 음식점 앞에 쿠팡 상자가 놓여있다. 박연수 기자
지난 11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역 인근 음식점 앞에 쿠팡 상자가 놓여있다. 박연수 기자

“새벽배송이 안 오면 오전 장사를 못하죠. 영업 시작 시간을 뒤로 미뤄야 하고, 그럼 매출이 떨어질 텐데 걱정이 큽니다. 가뜩이나 경기도 안 좋은데.”

지난 11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앞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강모(49) 씨가 기자에게 건넨 말이다. 강씨는 평소 닭고기, 상추 등 신선이 중요한 식자재를 새벽배송을 통해 받는다. 아침 일찍 하루 장사 준비를 시작하기 위해서다. 새벽배송 금지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자 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 신촌 거리 일대 음식점, 카페 문 앞에는 쿠팡 등을 통해 식자재가 배달된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우유, 생크림 등 유제품을 배송받는 한 디저트 가게 점주는 “새벽배송이 멈추면 매우 불편할 것 같다”며 “전날 들어온 제품으로 빵을 만들다 보면 맛에도 차이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산하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가 제기한 초심야배송(0~5시) 금지 요구에 소상공인들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채소, 과일, 우유 등 신선식품 중심의 새벽배송이 막히면 영업 준비부터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점주들은 노동 시간 혹은 인건비를 늘려 새벽배송 빈자리를 채우거나 오전 장사 시간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1인 매장은 타격이 더 크다. 타코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준서(27) 씨는 “새벽에 도매시장에서 재료를 구매해 와야 할 것 같다”며 “인력을 추가하긴 어려운 상황이기에 혼자 해결해야 해 걱정된다”고 했다.

실제 물류산업 학회인 한국로지스틱스학회가 공개한 ‘새벽배송과 주7일 배송의 파급효과 관련 연구’ 결과에 따르면 새벽배송 규제 시 최대 54조3000억원의 경제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소상공인 매출 피해는 18조3000억원에 달한다.

소비자 피해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추가 물류비나 인건비가 발생하면 결국 판매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카페 점주 A씨는 “새벽배송이 막히면 다른 유통 경로를 써야 한다”며 “그 비용은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업주들 사이에서는 배송기사들에 대한 걱정도 나왔다. 한 음식점 사장은 “낮 시간대 배송은 교통 체증 때문에 훨씬 어려워질 것”이라며 “특히 백화점이나 번화가 인근 매장은 잠시 정차도 어려워 기사님들이 더 큰 부담을 지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연합회 역시 지난 8일 논평을 내고 새벽배송 금지에 강력히 반대했다. 소공연은 “정부의 민생경제 회복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며 “소상공인 생태계 붕괴와 경제 전반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무리한 요구를 택배노조가 즉시 철회해야 한다”고 밝혔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시장 질서를 흔드는 급격한 제도 변화는 큰 경제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며 “여러 업계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는 만큼 신중한 논의와 절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11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역 인근 음식점 앞에 새벽배송 상품들이 놓여 있다. 박연수 기자
지난 11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역 인근 음식점 앞에 새벽배송 상품들이 놓여 있다. 박연수 기자

박연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