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 미달로 버려지는 과일·채소들
소 위한 고급 화식사료 원료 탈바꿈
“비용 절감·환경 보호 두마리 토끼”
“모양이 판매 기준에 미치지 못하거나 약간의 흠집으로 버려지는 못난이 채소·과일을 활용해 한우 화식사료를 만듭니다. 환경은 물론, 축산 농가에도 도움이 되는 사업입니다.”
지난 20일 찾은 경기 이천시 이마트 후레쉬센터. 국내 최대 규모 농수산물 가공·저장·포장 인프라를 자랑하는 이마트의 신선식품 물류센터다. 지난해 12월 말 시작한 ‘농산물 부산물 축산 사료 자원화 사업’의 거점이기도 하다.
신선도 유지를 위해 가동되는 콜드체인 시스템의 냉기는 경량 패딩 속을 파고들었다. 3층 과일 저장고에는 블랙 사파이어 포도, 파프리카 등을 실은 컨베이어 벨트가 바쁘게 돌아갔다. 벨트 옆에 선 작업자들은 선별 작업에 한창이었다. 선택받지 못한 상품들은 포장대 옆 팰릿으로 떨어졌다. 하나는 폐기용, 또 하나는 사료용이었다.
사료용 팰릿에는 모양이나 크기가 기준치에 미치지 못한 채소와 과일이 빼곡히 모였다. 팰릿이 다 차면 ‘ESG’라고 적힌 노란색 점보 박스에 옮겨졌다. 러셋 감자·당근·고구마·양파·오이 등 종류별로 분류됐다. 1층 냉장고에 집결한 점보 박스에 담긴 원물들은 무르거나 상한 곳 없이 신선해 보였다. 박스에 있던 오이를 한입 베어 물었다. 싱그러운 맛도 흠잡을 데 없었다.
후레쉬센터 관계자는 “상품화 과정에서 크기가 기준치에 미달되거나 판매용으로 적합하지 않은 모양 등 기존 판매 기준 미달로 분류됐던 농산물 원물을 폐기 대신 사료용으로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300㎏ 넘는 원물을 가득 채운 박스는 1.2톤 트럭으로 이동했다. 트럭의 목적지는 차로 1시간 떨어진 경기 안성시 태백사료 공장이다. 사료 제조기업인 태백사료는 매주 월요일과 금요일에 농산물 부산물을 받아 한우 화식사료를 만든다.
화식사료는 스팀 고온으로 가열 후 멸균·발효 과정을 거치는 프리미엄 사료다. 화식사료를 먹고 자란 ‘화식한우’는 고등급 판정률이 높다. 지방층이 고루 분포돼 육질이 풍부하고 육향과 풍미가 좋다는 평가다. 대형마트 등에서 프리미엄 이색 상품, 명절 선물세트 등으로 판매된다.
이날 태백사료 공장에선 배추 부산물을 대형 챔버형 화식기에 투입해 스팀 처리하는 작업이 이뤄졌다. 화식기에서 부드럽게 쪄낸 부산물은 발효균주 접종 장비로 옮겨져 발효된다. 발효가 끝나면 일정한 크기로 포장해 약 10~30일 숙성을 거친다. 이후 강원·경북 지역 100여개 한우 농가로 공급된다.
포장된 사료를 하나 뜯어봤다. 볏짚 사이에 작게 분쇄된 당근과 옥수수 조각들이 보였다. 한 달가량 숙성된 사료였지만, 수분감이 느껴졌다. 흥미로운 건 냄새였다. 축사 냄새가 코끝을 찌를 것이라 예상했는데 은은한 과일 향이 났다. 코에 가까이 대봐도 과일 식초와 비슷한 향만 느껴졌다.
조성용 태백사료 대표는 “사람이 밥만 먹으면 물리듯 소들도 볏짚만 먹다 화식사료를 먹으면 훨씬 잘 먹는다”며 “화식사료를 먹은 한우는 고기의 맛과 품질이 좋아질 뿐만 아니라, 소화가 잘돼 분변 배출량이 줄고 메탄가스 발생까지 감소해 환경에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마트는 지난 2024년 12월 농림축산식품부, 기후에너지환경부와 식품 부산물 고부가가치 사료 자원화 시범사업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폐기관리법 규제 대상으로 분류되던 농산물 부산물의 재활용 활성화 기반을 마련하는 등 1년여 간의 준비 끝에 지난해 12월 말부터 후레쉬센터에서 발생하는 양질의 농산물 부산물을 한우 화식사료로 만드는 사업을 시작했다.
후레쉬센터에서 버려지는 부산물은 2025년 기준 약 3000톤 규모다. 지난 1~2월 태백사료에 제공한 폐기량은 3.5톤으로 전체 폐기량의 약 7% 수준이다. 이마트는 올해 이 비율을 15%까지 끌어올려 ‘폐기 비용 절감’과 ‘환경 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계획이다.
국산 배합사료 자급률이 20%를 밑도는 상황에서 농산물 부산물을 자원화했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궁극적으로는 지속 가능한 자원 순환 이용 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 이창열 이마트 ESG 담당은 “농식품 부산물 축산 사료 자원화 사업은 환경 부담을 줄이면서, 동시에 사료 부담률이 높은 사료·축산업계에 도움이 된다”며 “지속 가능한 생산과 소비의 좋은 사례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강승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