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푸드=안전먹거리ㆍ뛰어난 맛’ 인식 -9500만명 인구, 내수활성화로 큰 가능성 -하노이, 대학교에 한식강좌 개설되기도

베트남 호치민에 위치한 CJ푸드빌 뚜레쥬르 매장
베트남 호치민에 위치한 CJ푸드빌 뚜레쥬르 매장

유통업계가 낙점한 포스트 차이나 시장, 베트남에서 한국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최근 베트남 유통업계 따르면 올해 1~3분기 한국의 대(對) 베트남 수출액은 전년 대비 50.5% 증가한 354억2200만 달러로 한국의 총 수출액 증가율(18.5%)을 압도했다. 일본 기업들이 선점한 동남아에서 베트남은 예외적으로 한국 기업이 앞서고 있는 것이다.

국내 주요 식품업체들은 베트남 현지에 제품 생산기지를 구축하거나 단독 매장을 오픈하며 동남아 진출 전진기지로 활용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Made in Korea’ 나 한국 브랜드라고 하면 현지인들의 호감도가 크게 상승한다”며 “불황과 내수침체로 성장이 정체된 기업들이 베트남을 중심으로 동남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고 했다. CJ제일제당은 ‘식문화 한류’ 전략의 일환으로 베트남 식품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부터 킴앤킴(Kim&Kim), 까우제(Cau Tre), 민닷푸드(Minh Dat Food) 등 베트남 현지 식품업체 3곳을 인수한 데 이어 글로벌 성장동력 발굴 및 식품 제조혁신을 위한 최첨단 통합생산기지 구축에 나섰다. CJ제일제당은 베트남에 700억원을 투자해 연구개발(R&D)역량과 제조기술이 집약된 식품 통합생산기지를 건설 중이다. 현지 식품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베트남을 비롯해 동남아 시장에 한국 식문화를 전파하기 위한 목적이다. 7월 완공 예정인 베트남 식품 통합생산기지는 호치민에 위치한 히엡푹 공단 내 2만평 규모로 건설된다. 특정 카테고리에 특화된 기존 식품공장과 달리 냉장, 냉동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는 첫 통합 공장이다. CJ제일제당은 이곳에서 연간 6만톤의 물량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예정으로, 주력 제품인 비비고 왕교자와 비비고 김치, 가정간편식(HMR), 냉동편의식품, 육가공 등을 생산한다.

특히 비비고 냉동식품, 김치 등을 중심으로 가공식품 R&D 및 제조 경쟁력을 최고 수준으로 강화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K-푸드와 한국 식문화를 동남아로 전파하는 전초기지 역할이 기대된다”며 “비비고 브랜드와 함께 베트남 식문화 특징을 반영한 현지화 제품으로 투트랙 전략을 펼치겠다”고 했다. 오리온은 포카칩(OStar)으로 생감자 스낵 시장 점유율 36%를 달성, 유수의 글로벌 제품을 제치고 생감자 스낵 시장 1위에 올랐다.

롯데푸드 파스퇴르는 급성장 중인 베트남의 프리미엄 분유 시장을 본격 공략한다. 롯데푸드 파스퇴르는 주력 분유 브랜드인 ‘위드맘’을 통해 2020년까지 약 2000만달러(약 227억원)의 수출액을 달성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외식 프랜차이즈업계도 베트남에서 영토를 넓혀가고 있다. 1998년 1호점을 오픈한 롯데리아는 베트남에서 210개의 점포를 운영하며 시장점유율 25%의 선두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MP그룹은 올 상반기 하노이에 3개를 비롯해 2018년까지 베트남 10개 이상의 미스터피자 매장을 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CJ푸드빌의 베이커리 프랜차이즈 뚜레쥬르는 외형 성장보다 현지 1위 기업 대비 매장당 단위 매출을 높이는 전략을 구사한다. 한편 K푸드 열풍에 베트남에서는 최근 한국음식 셰프를 요리하는 대학 강좌가 개설되기도 했다.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 있는 탕롱대학교는 9월 가을학기부터 요리학과 정식과목으로 한식 강좌를 열어 K푸드 인기를 방증했다.

지속적인 경제 성장과 소득수준 향상으로 중산층 인구가 2020년 558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베트남. 사진은 호치민 시티 이미지.
지속적인 경제 성장과 소득수준 향상으로 중산층 인구가 2020년 558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베트남. 사진은 호치민 시티 이미지.

다만 베트남이 중국의 뒤를 이어갈 신흥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보다 체계적인 투자가 시급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안중기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포스트 차이나의 선두주자, 베트남의성장 가능성에 주목하자!’는 보고서에서 “한류를 활용, 베트남 소비시장을 공략하고 인프라 건설, 대외원조를 연계해 투자기회를 선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안 선임연구원에 따르면 베트남은 2016년 6.2% 성장한 데 이어 올해도 6.5%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6%대 경제 성장률을 보인다. 실업률도 2015년 이후 2.4% 수준을 유지하는 등 거시경제 환경이 양호한 국가로꼽힌다. 한때 고물가가 문제가 되기도 했으나 2012∼2014년 정부의 긴축 통화정책이 효과를 발휘해 지금은 낮아진 상태라는 평가다. 전자, 섬유 등 제조업 부문 수출 호조에 힘입어 경상수지가 2011년부터 지속해서 흑자를 기록하고 외국인직접투자(FDI)도 꾸준히 증가해 올 상반기 192억 달러를 기록하는 등 대외경제 여건도 괜찮은 편이라는 분석이다. 생산, 소비, 투자 등 성장 잠재력이 풍부한 점도 베트남의 장점으로 꼽힌다. 베트남 인구는 2015년 9360만명으로, 2020∼2025년 1억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근로자 임금 수준은 중국 등 경쟁국보다 낮지만 노동력 질도 높다는 평가다.

아울러 지속적인 경제 성장과 소득수준 향상으로 중산층 인구가 2009년 1680만에서 2020년 5580만명으로 3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이고 도시화 진전으로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안 연구원은 베트남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해 베트남 진출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한다고 밝혔다.

그는 “베트남의 한류 열풍, 국내 기업에 대한 우호적인 이미지를 활용해 중산층소비시장에 선제로 대응해야 한다”며 “도시화 진전에 따른 다양한 인프라 건설 기회를 선점하기 위해 인프라 건설과 공적개발원조(ODA)와 연계하는 등 적극적인 투자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베트남을 캄보디아, 라오스, 중국 등 주변국 진출을 위한 거점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베트남에서 한국 제품의 인기는 상당하다. 지난 8일, 베트남 호찌민시에서 열린 ‘2017 호찌민 한류박람회’에서는 한국 제품을 접하려는 관람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한류에 관심이 많고 가장 구매력이 큰 2030 여성이 대부분이었다.

베트남은 한국 드라마, 예능, 음악이 이미 대중화돼 한류가 수출에 큰 도움이 된다고 박람회 참가 기업들은 입을 모았다. 한국은 베트남에 가장 많이 투자한 나라이기도 하다. 제조업을 위주로 1988년부터 2017년 3분기까지 총 6324건, 558억2600만 달러를 투자하면서 한국 기업이 베트남에서 만들어 다른 나라로 수출하는 제품이 베트남 전체 수출의 큰 비중을 차지한다.

김지윤 기자/


권남근 happyday@heraldcorp.com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