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는 만능 식재료입니다. 빵을 만드는 데 빠질 수 없고요, 각종 면이나 과자를 만드는 데 들어갑니다. 예로부터 밀가루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랑받은 식재료입니다. 역사 저술가 하인리히 에두아르트 야콥은 자신의 책 ‘빵의 역사’에서 “인류가 밀을 선택한 건 가장 빵을 잘 구울 수 있는 곡물가루여서”라고 지적했습니다.
오랜 시간 인간의 배고픔을 달래줬던 밀가루, 하지만 지금은 ‘건강의 적(敵)’으로 지탄받습니다. 밀가루에 든 단백질 조직인 글루텐이 복통을 유발하고 비만을 부른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덩달아 ‘글루텐 없는 식품’이 하나의 거대 시장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리서치기업 유로모니터의 관련 보고서를 보면, 미국의 글루텐프리(Gluten-Free) 식음료 시장은 2011~2017년 사이 연평균 8.2%의 고공성장을 기록했습니다. 보고서에선 오는 2023년까지 성장률은 연평균 16%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하지만 밀가루 속 글루텐이 건강을 해친다는 주장은 검증이 더 필요합니다. 밀가루를 멀리할 필요가 없다고 결론짓는 연구도 꾸준히 나오기 때문입니다.
호주 모나시 대학 피터 깁슨 교수가 지난 2014년 발표한 연구 결과는 이렇습니다. 글루텐 민감군(群)에 속하는 참가자들이 밀가루를 먹은 뒤에 복통을 느끼는 건 글루텐 때문이 아니라, 그들의 ‘기대’ 때문이었다는 것이죠. 즉 ‘밀가루가 배를 아프게 할 것’이라는 믿음이 심리적으로 작용했다는 겁니다.
다만 밀가루에 관해서 ‘식품 다양성’의 관점에서 접근할 순 있습니다. 즉 밀가루와 비슷한 역할을 하면서도, 건강상의 이점과 색다른 식감을 가지고 있는 다양한 식재료들을 써본다는 의미에서죠. 대표적으로 아래와 같은 ‘가루’들입니다. ▶아마란스 가루 아마란스는 ‘유사곡물류’로 구분됩니다. 아마란스는 엄밀히 말해 곡물이 아니고 식물의 씨앗이죠. 하지만 영양분이 풍부한 덕분에 사실상 곡물과 같은 기능을 담당합니다. 과거 중남미 잉카, 아즈텍, 마야문명 사람들에겐 주요한 식량이었습니다.
아마란스 가루는 100% 밀가루를 대체하진 못합니다. 다만 아마란스 25% 정도에 밀가루를 섞어 빵이나 파이를 구우면 색다른 식감을 즐길 수 있습니다. ▶옥수수 가루 옥수수는 글루텐이 들어있지 않은 대표적인 작물입니다. 토르티아 피자 반죽을 만들 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밀가루와 섞어 반죽을 내면 대부분의 빵을 만들 수 있습니다.
옥수수 가루엔 섬유질과 루테인, 제아잔틴 같은 항산화물질도 많습니다. 비타민, 망간, 마그네슘 같은 미네랄도 풍부합니다. 아프리카 일부 국가에서는 주요 식량원이기도 합니다. ▶코코넛 가루 말린 코코넛 과육을 가루로 내어 식재료로 쓰기도 합니다. 빵이나 디저트를 만들 때 충분히 사용할 수 있습니다. 물을 흡수하는 성질이 있어서 반죽으로 만들기 쉽습니다.
박준규 기자/
박준규 nyang@heraldcorp.com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