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음료(소프트 드링크)의 입지가 점차 좁아지는 모양새다. 한때는 기호품 소리를 듣던 담배가 암(癌)을 일으키는 주범으로 지목되며 이제는 퇴출 대상이 된 것과 비슷한 처지다.

탄산음료의 설 자리가 점차 좁아질 수 있었던 데에는 무엇보다 뿔난 소비자들이 힘이 컸다. 최근 블룸버그를 비롯한 미국 언론은 캘리포니아에서 활동하는 시민단체 ‘프락시스 프로젝트’가 코카콜라와 미국음료협회(ABA)를 고소했다고 보도했다.

이 시민단체는 코카콜라를 비롯한 음료업계가 당분이 대거 첨가된 음료를 제조하면서도 이것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숨기고 마케팅해온 것을 소송의 배경으로 들었다. 또 청량음료가 각종 성인병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의도적으로 공개하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했다.

프락시스 프로젝트 관계자는 “(현재의 청량음료 광고는) 담배 업계가 1950년대부터 1990년대 후반까지 담배가 폐암 등의 질병에 연관돼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지 않는 광고 캠페인을 펼쳐온 것과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이미 미국 전역에선 설탕이 들어간 음료에 세금을 부과하는 움직임이 벌어지고 있다. 이른바 ‘소다세(Soda tax)’로 불리는 과세다. 필라델피아에선 지난 1일부터 소다세를 시행했다. 샌프란시스코, 오클랜드, 알바니 등의 도시들도 조만간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 바깥서도 각국 시민들과 정부는 청량음료와의 싸움을 벌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영국 정부는 오는 2018년까지 소프트 드링크에 세금을 매길 계획이다. 시장조사기관 민텔은 최근 ‘2017년에 주목해야 할 유럽 식품업계 이슈 7가지’를 발표하면서 “올해 유럽 식품업계에선 설탕세가 주요 화두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호주에서도 비만을 유발하는 음료에 과세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퍼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해 당류를 첨가한 각종 음료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권고했다. 국제 기구마저 설탕세를 공식 언급하면서 음료 업계는 바짝 긴장한 모습이다. WHO가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청량음료에 세금을 부과할 경우 소비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준규기자/


박준규 nyang@heraldcorp.com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