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인도 아재’, ‘인도 형’으로 불린다. “처음엔 내가 왜 아재야? 그렇게 생각했죠.” 이젠 거스를 수 없는 별칭이 됐다. “부인할 수 없죠. (웃음) 저도 마흔인데.” JTBC ‘비정상회담’의 인도 대표 럭키(40ㆍ본명 아비쉐크 굽타)는 프로그램 첫 출연과 동시에 ‘하드캐리’로 떠올랐다. 덥수룩한 수염, 유창한 한국어에 친근한 화법. 시청자들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한국 거주 7년차. “처음 한국 땅을 밟은 건 20년 전이었죠.” 스무 살에 한국에 온 이후 연기(SBS ‘야인시대’)도 했고, 리포터(KBS2 ‘세상의 아침’)도 했다. 여행 사업도 했다. 지금은 ‘비정상회담’의 ‘인도 형’이자, 참깨 무역회사 인디아그로(IndiAgro)의 CEO다. 최근 서울 마포에서 럭키를 만났다.

“요즘 럭키 참깨는 어디서 살 수 있냐고 많이들 물어보세요.”

프로그램 출연 9개월차, 럭키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비정상회담‘의 녹화는 만만치 않다. 주제에 맞는 이야기꺼리를 준비해야 하기에 매주 이틀 정도의 시간을 투자한다. 그럴 지라도 이 일이 럭키의 주업은 아니다. 럭키는 지난 2004년부터 인도의 농산물을 한국으로 수출하는 무역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에 처음 왔을 땐 공부도 하고 방송일도 했어요. 그런데 이 쪽 일이 그렇잖아요. 한국인들도 엄청 고생하는 일인데, 제가 얼마나 갈까 싶었어요. 드라마를 촬영하며 유명 연예인과 친하게 지냈어요. 인기가 많아도 먹고 사는 일이 만만치 않더라고요.” 그러다 2004년 농산물에 대해 “알게 됐다”고 했다. “시장성이 보이더라고요. 그 때부터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와 일하고 있어요.” 직접 유통을 하지는 않는다. ‘럭키 참깨’는 알게 모르게 우리의 식탁 위에 올라온다.

럭키의 회사에선 팥, 고추, 마늘도 취급하지만, 일등 품목은 ’참깨‘다. “인도에선 연간 50만톤의 참깨가 나지만, 인도 사람들은 참깨를 먹지 않아요. 생산량의 20%도 소비되지 않아요.” 인도에선 참기름 대신 유채기름, 땅콩기름을 먹는다. 참깨 활용법도 단순하다. “명절에 먹는 비싼 과자 위에만 뿌려지는 정도예요. 가격이 워낙 비싸 소비가 안되는 거죠.”

반면 한국은 일본, 중국과 함께 참깨 소비 대국으로 꼽힌다. 연간 참깨 소비량은 무려 10만톤. 하지만 참깨 자급량은 너무나 낮다. 이미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곡물 자급률은 25% 밖에 되지 않는다. 쌀을 제외하면 5%대(농촌경제연구원)로 떨어진다. “한국에선 참깨를 모든 음식에 뿌려 먹잖아요. 참기름 향도 좋아하고요. 하지만 한국의 참깨 생산량은 소비량의 10%도 되지 않아요. 농사를 짓기에도 어려운 기후고요.” 참깨의 경우 “인도, 아프리카 이디오피아, 남미 볼리비아처럼 비가 안 오고, 건조하고, 햇빛이 많은 지역”에서 재배되는 작물이라고 한다.

소비량은 많지만, 자급률이 떨어지는 농산물 시장을 공략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한국은 농사 인구가 너무나 적어요. 한국은 대부분 국산 농산물이 수입산보다 가격이 비싸잖아요. 수입을 하면 운임, 통관, 세금에 양국가의 마진이 붙는 데도 한국은 다른 나라와 달리 국산이 더 비싸요. 농사를 짓기도 힘들지만, 농사를 지으려는 사람도 없기 때문이죠. 지금은 수입을 통해 어느 정도 충족되지만, 몇 십년 후 다음 세대는 정말 힘들지 몰라요.” 전망 좋은 시장으로 뛰어들었으나 최근엔 아프리카 참깨가 강력한 경쟁자로 떠올랐다. “2년 전만 해도 인도 참깨의 90%가 한국으로 들어왔죠. 지금은 아프리카 참깨 가격이 비슷해지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요.” 럭키는 매일이 ‘가격 경쟁’이라고 한다. 시세 파악을 위해 아프리카 날씨를 먼저 살피는 것도 럭키의 일이다.

한국인들의 입맛에 가장 잘 맞는 참깨는 “알이 하얗고 통통한 중국깨”이지만, 중국 참깨의 경우 가격 경쟁력에서 밀린다. 중국산의 가격은 인도 참깨의 두 배에 달한다. 게다가 품질과 관리에 대한 한국인들의 선입견을 넘지 못 하고 있다. “제가 볼 땐, 한국 사람들이 먹는 깨의 80%는 인도 참깨일 거예요.“ 이쯤하면 성공한 참깨 CEO라 불릴 만하다. “하지만 대기업에서 같은 일을 하고 있죠. 전 이 큰 바다의 작은 니모일 뿐이에요. 그리고 사람들의 입맛은 민감해요. 언제라도 변할 수 있죠.”

고승희 기자/


권남근 happyday@heraldcorp.com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