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R 100끼 중 18.5끼로 늘어 돈보다 '자유와 시간' 벌길 원해 식생활 변화…Z세대 등 주도

편의점에서 한 소비자가 HMR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GS리테일 제공]
편의점에서 한 소비자가 HMR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GS리테일 제공]

#. 직장인 A씨는 집에서 빨래를 하지 않는다. 모바일 세탁소를 이용하면 배송 기사와 만날 필요 없이 수거된 빨랫감이 새벽배송으로 돌아온다.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기 위한 독서도 시간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500페이지 책을 30분 내로 정리한 오디오 북 서비스를 통해서다. 유튜브에선 영화 유튜버를 구독하며 출퇴근 길에 요약형 영화를 즐긴다.

2020 소비자 트렌드가 '가성비'에서 '가시(時)비'로 옮겨가고 있다. 가격 대비 성능을 따지던 소비자들은 이제 '얼마나 나의 시간을 확보해주는가'를 따진다. 자유와 시간을 벌어주는 제품과 서비스에 기꺼이 지갑을 여는 것이다.

21일 헤럴드경제가 주최한 컨슈머 포럼 '달라지는 소비자, 격변의 식품시장'에서 'HMR의 변신:소비자를 알면 미래가 보인다'를 주제로 강연한 남성호 CJ제일제당 트렌드전략팀장은 가정간편식(HMR)의 미래를 가시비 소비가 주도할 것으로 내다봤다. 남 팀장은 "과거 HMR을 가성비로 접근했다면 지금은 가시비 관점에서 HMR을 찾는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소비층이 확대되고 있다"며 "시간을 '아끼는(Saving)' 것에서 시간을 '사는(Buying)' 개념으로 라이프스타일이 변하는 것"고 말했다.

실제로 소비자들의 식생활은 달라져왔다. 밥·반찬·국으로 차려먹는 식단은 줄고 그 자리를 컵밥 등 원밀형(One-Meal) 제품이 대체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이 전국 5000여명 소비자의 취식 정보를 조사한 빅데이터에 따르면, HMR 취식 건수는 2016년 100끼 중 12끼, 2018년 18끼, 2019년 18.5끼로 꾸준히 늘었다. 같은 기간 가정 내 직접조리는 45끼, 43끼, 40.8끼로 감소했다. 남 팀장은 "HMR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엔 1인가구 증가 등 인구구조 변화도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더 중요한 건 식생활에서 간편함과 효율성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가치소비가 확대·세분화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9 대한민국 소비자 식단 변화 취식 빅데이터 자료 발췌 [CJ제일제당 제공]
2019 대한민국 소비자 식단 변화 취식 빅데이터 자료 발췌 [CJ제일제당 제공]

HMR을 즐겨 찾는 주 소비층은 외연을 넓혔다. 2015년 HMR 성장의 촉매제가 된 계층은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사 먹는 20~30대 남성 직장인이었다. 가격 대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가성비가 각광받았다. 이후 HMR의 '큰손'으로 떠오른 계층은 맞벌이 부부다. 일과 육아로 바쁜 일상에 시간을 절약해주는 HMR을 찾았다. 현재 HMR 성장을 주도하는 계층으로는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에 태어나 디지털 환경에서 자란 세대) 등 주체적으로 시간을 활용하려는 소비자가 급부상했다. 이들은 식사를 간단히 해결함으로써 시간을 벌고, 이를 취미 등 개인 활동에 투자하는 특성을 보인다.

남 팀장은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2019년 하루 평균 끼니수는 2.9건으로 작년(3건)과 비교해 0.1끼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연간으로 환산 시 1인당 약 37끼를 줄인 셈"이라고 했다. '삼시 세 끼는 옛말'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줄어든 끼니를 경제적으로 따져보면 약 3조9000억원 규모로 식사형보다는 간식형, 다양한 메뉴보다는 원밀형 메뉴의 취식 비중이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육성연 gorgeous@heraldcorp.com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