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식품도 온라인에서…오프라인 ‘초저가’로 받아쳐 유통 빅3, 수장 교체로 위기 타계 소비 주류 밀레니얼, 뉴트로·윤리적소비 선호

올해 유통업계는 다사다난했다. e커머스(전자상거래)의 거센 진격이 기저귀, 생수 등 공산품 뿐 아니라 오프라인 매장의 최대 강점인 신선식품까지 다달았다. 덕분에 이마트는 창사 이래 첫 분기 적자를 기록했고, 롯데·신세계·현대 등 유통 빅3는 수장을 모두 갈아치웠다.

이마트의 첨단 물류센터인 네오 센터 앞에 늘어선 새벽배송 차량. [사진제공=SSG닷컴]
이마트의 첨단 물류센터인 네오 센터 앞에 늘어선 새벽배송 차량. [사진제공=SSG닷컴]

식품업계도 어려운 한해를 보냈다. 대형 외식업체들도 불황에 휘청거릴 정도다. 외식보다는 집에서 해먹는 사람들이 늘면서 배달시장과 가정간편식(HMR)은 때아닌 호황을 누렸다. 2회에 걸쳐 2019년 유통·식품 시장을 결산한다. ▶신선식품도 온라인으로…오프라인 ‘초저가’로 맞대응=올해도 e커머스 진영의 진격은 거셌다. 지난해에는 쿠팡을 필두로 한 ‘당일 배송’이 주 무기였다면, 올해는 마켓컬리가 이끄는 ‘새벽 배송’이 트렌드를 이끌었다.

새벽 배송은 밤 11시 이전에 상품을 주문하면 다음날 아침 7시까지 배달해 주는 서비스다. 이 서비스가 막 도입된 2014년까지만 해도 서비스의 효용성에 대한 의문이 많았지만, 고객들이 새벽배송으로 신선식품까지 온라인에서 주문하기 시작하자 분위기가 반전됐다. 실제로 올해 e커머스에서 새벽배송으로 판매된 신선식품은 17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대형마트에서 팔린 신선식품 규모(16조4000억원)을 넘어선 규모다.

사진=이마트 제공
사진=이마트 제공

신선식품에 강했던 오프라인 유통매장들이 이 시장 마저 빼앗길 위기에 처하자 반격을 준비했다. 바로 ‘최저가 정책’이었다. 이마트가 올초 한시적인 ‘국민가격’ 캠페인을 전개하다가 8월부터는 상시 최저가인 ‘에브리데이 국민가격’을 선포했다. 치약, 물티슈, 비누, 생수 등 생필품을 e커머스보다 싼 가격에 팔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롯데, 홈플러스 등 경쟁사들도 동참하면서 ‘초저가’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이대론 안된다…유통 빅3 수장 교체=유통업계의 이같은 노력에도 실적은 나아지지 않았다. 온라인의 공습과 함께 경기 불황이 겹치면서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어닝쇼크를 경험하기도 했다. 이마트는 지난 2분기 창사 이래 처음으로 분기 적자를 기록했고, 롯데쇼핑은 3분기에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6% 급감했다.

위기감이 커진 유통업계는 내부 단속을 시작했다. 기존의 인물과 성공 방식으로는 유통시장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커진 탓이다. 인사 시기를 1~2달 앞당기는 한편, 신규 임원들도 연령을 대폭 낮췄다. 이에 따라 60년대생들이 최고경영자(CEO)로서 전면에 나서게 됐다.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은 이마트였다. 이마트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외부인사인 강희석 대표를 CEO로 선임했다. 롯데·현대·신세계 등 유통 빅3들도 같은 해 동시에 수장이 교체됐다. 차정호 신세계백화점 사장과 김형종 현대백화점 대표는 각각 신세계인터네셔널과 한섬 등 트렌드에 민감한 패션 계열사에서 자리를 옮겨왔다. 특히 롯데백화점은 유통 계열사 중 유일하게 양호한 실적을 낸 홈쇼핑에서 상품본부장을 지낸 황범석 전무를 수혈했다.

롯데면세점이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인 로레알과 손잡고 제공하는 가상 메이크업 서비스인 '드림 페이스' [사진제공=롯데면세점]
롯데면세점이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인 로레알과 손잡고 제공하는 가상 메이크업 서비스인 '드림 페이스' [사진제공=롯데면세점]

▶주목받은 ‘밀레니얼’, 뉴트로·착한소비에 꽂히다=올해 그나마 지갑을 열었던 세대는 바로 ‘밀레니얼’이다. 1981~1996년 태어난 이들로, 어릴 때부터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등 IT기기에 익숙한 세대들이다. 이들이 사회 진출 등으로 경제력을 갖추기 시작하자 소비 시장에서 다양한 변화를 일으켰다.

유통업계는 이들의 시선을 잡기 위해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 첨단 기술을 도입했다. 로레알, 세포라 등 글로벌 화장품 기업들은 AR를 이용한 가상 메이크업 서비스를 시작했다. 옛것에 열광하는 이들의 취향 덕에 ‘뉴트로(New+Retro)’는 새로운 트렌드가 됐다. 패션 뿐아니라 식품·주류 등 유통업계 전반에 뉴트로가 유행처럼 번졌다.

이들이 이른바 ‘착한소비’ ‘개념소비’ 등으로 불리는 윤리적 소비에 신경쓰자 업계에서도 발빠르게 움직였다. 친환경을 넘어 ‘필(必)환경’이 대세가 되자 화장품, 의류 등은 유기농 소재나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로 만든 제품들이 인기를 끌었다. 택배 포장 역시 종이상자나 여러 번 사용할 수 있는 박스 등으로 교체됐다.

밀레니얼의 개념소비 중 하나는 일본제품 불매운동이다.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를 거론하며 경제보복에 나서자 불매운동이 급속히 번져나갔다. 일본 브랜드나 일본기업이 일부라도 지분을 가진 상품은 모조리 불매 대상이 됐다. 유니클로 등 일본기업과 제휴 관계가 많은 롯데그룹이 큰 피해를 봤다. 일본맥주 판매량은 90% 이상 떨어졌고, 일본으로 향하는 여행객도 대폭 줄었다.

신소연 기자/


육성연 gorgeous@heraldcorp.com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