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축산물 이력제 확대 시행 업계는 산업위축 우려·재검토 주장 생산비 상승에 가격인상 우려도

소와 돼지에만 적용됐던 축산물 이력제가 내년부터 닭·오리·계란 등 가금산물까지 확대된다. 이들 축산품에 대한 소비자 신뢰가 강화돼 소비가 활성화되는 등 순기능을 기대하는 시선이 크다. 다만 관련 시설 유지 및 보수 등에 비용 발생이 불가피해, 이같은 농가의 비용 상승이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온다.

26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기존 소와 돼지에 적용해온 축산물 이력제가 내년 1월1일부터 닭·오리·계란(가금산물)까지 확대된다. 축산물 이력제는 가축·축산물의 이력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 가축 방역과 축산물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높이기 위한 제도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닭·오리·계란도 사육·도축·포장·판매 등 단계별로 이력을 공개해야 한다.

사육 단계에선 농장 등록, 가축 이동 신고, 사육 현황 신고 등이 의무화된다. 닭·오리 농장주는 매달 말 사육 현황을 축산물품질평가원 또는 축산물이력제 모바일 앱을 통해 신고해야 한다. 농장 등록을 하지 않은 경영자는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농장식별번호를 신청해야 한다. 도축 단계에선 이력번호를 신청·표시하고, 도축 처리 결과와 거래 내역을 신고해야 한다. 계란은 이력관리시스템을 통해 이력번호를 발급받아 포장지에 표시하고, 판매점 등과 거래한 내역을 신고할 필요가 있다.

농식품부는 축산물 이력제가 확대 시행되면 위생 문제 등이 발견됐을 시 신속하게 이동 경로를 추적해 회수 및 유통 차단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사육농가에선 육계시장이 침체된 가운데 이력제 시행에 따른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경우 산업 위축이 더 심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현재 닭고기 시장은 공급과잉 상황이 장기화하고 있는 데다 냉동 닭고기 수입은 지속 증가하고 있어 시름이 깊은 형편이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이 운영하는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올해 11월 평균 생계(중, 1.4㎏ 이상~1.6㎏ 미만) 유통가격은 ㎏당 1054원으로 전년 동월(1242원) 대비 15.1% 하락했다.

업계에선 소·돼지와 가금류의 유통 환경이 다른 점을 감안해 계도기간 부여를 넘어, 제도 자체를 전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소·돼지 두수에 비해 닭 등의 개체수가 현저하게 많기 때문에 관리에 어려움이 더 클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마니커의 경우 도계장 두 곳(경기 동두천, 충남 천안)에서 하루 작업하는 물량만 약 30만수에 달한다.

계란의 경우엔 이미 산란일자 표시가 의무화돼 시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력제까지 적용하는 것은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게 업계 입장이다. 사실상 이중규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선 이력제 시행에 따른 추가 비용 발생이 가격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제기한다. 이력제 관련 인건비와 설비 유지 및 보수 비용 등이 발생하면서 이같은 생산비 상승이 소비자가격 인상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앞서 한국축산물처리협회는 축산물 이력제와 관련 시설 유지·보수에 소요되는 비용을 정부에서 지원해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한 닭고기 가공업체 관계자는 “아직 닭고기 가격에 반영할 계획은 없지만 축산물 이력제로 인해 생산비가 약간 상승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당분간은 기존 가격 그대로 운영하면서 추이를 지켜볼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혜미 기자/


육성연 gorgeous@heraldcorp.com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