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심리 회복세에도…열리지 않는 소비자 지갑 -소비 양극화도 심화…고가 상품 판매하는 채널만 수혜 -100조 돌파한 온라인 쇼핑 시장도 재편…쿠팡 1위로

유통 업계는 올해 생존을 위한 혹독한 한 해를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 침체속에서 소비심리 위축과 내수 부진이 이어지면서 기업들의 경영환경은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 특히 온라인에 밀린 오프라인 유통 업체들의 시름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올해 유통업계 전반에 큰 파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이슈를 꼽아봤다.

서울 명동 거리 [연합뉴스]
서울 명동 거리 [연합뉴스]

▶소비심리 회복세에도…일부 부정적 전망 이어져=최근 소비심리 지표가 개선세로 돌아섰지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경기 회복 전망에 유보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경제 상황을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시각인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작년 5월(97.9)부터 8월(92.5)까지 4개월 연속 하락해 2년7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어 9월(96.9)에 반등한 뒤 10월(98.6), 11월(100.9) 회복세로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낙관할 수만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손하연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소비자심리지수는 석 달 연속 상승해 지난달엔 기준점(100)을 넘었는데 실제 경기상 긍정적인 변화가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소비 심리가 계속 회복세를 보이긴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기 침체로 소비 여력이 줄어든 소비자들이 선뜻 지갑을 열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도 “올해도 전반적인 소비 경기 부진이 이어질 것”이라며 “소비 양극화로 수혜를 입는 백화점, 그 중에서도 럭셔리 위주 대형 점포를 제외하고는 모든 유통 채널이 소비 심리 둔화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쓱닷컴(SSG닷컴)이 작년 12월 구축한 김포 온라인 전용센터 [쓱닷컴 제공]
쓱닷컴(SSG닷컴)이 작년 12월 구축한 김포 온라인 전용센터 [쓱닷컴 제공]

▶온라인 쇼핑 시장 ‘새판짜기’ 가시화=올해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을 둘러싼 주도권 싸움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 규모는 지난해 10월까지 109조3929억원을 돌파해 전년 대비 35% 가량 성장했다. 매년 두자릿수 성장하고 있는 이커머스 시장은 올해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변곡점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주요국과 달리 절대 강자가 없다. 미국·영국·프랑스 등은 점유율 50% 안팎 1위 사업자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아마존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49.1%, 알리바바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58.2%다. 반면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다수 강자들이 무한 경쟁하는 구도다. 올해 상반기 거래액 기준 이베이코리아(11%), 쿠팡(9%), 11번가(5%), 위메프(4%), 티몬(4%) 순으로 점유율을 나눠 갖고 있다. 여기에 롯데·신세계 등 유통 대기업과 네이버·카카오 등 포털까지 가세하면서 시장은 더욱 파편화되고 있다.

업계에선 올해 절대 강자를 차지하기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먼저 쿠팡이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 1위인 이베이코리아를 제치고 거래액 기준 1위를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쿠팡은 2018년 일본 소프트뱅크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와 함께 조성한 비전펀드로부터 20억달러를 유치하는 데 성공해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대했다. 신선식품 새벽배송인 ‘로켓프레시’, 유료 멤버십 서비스 ‘로켓와우클럽’, 음식 배달 서비스 ‘쿠팡이츠’ 등으로 확장한 결과 지난해 1~9월 거래액은 전년 대비 60% 증가했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쿠팡이 시장 점유율 1위로 올라서면서 시장 재편의 발걸음을 뗄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 대형마트 [연합뉴스]
서울 시내 대형마트 [연합뉴스]

롯데·신세계 등 전통적인 오프라인 유통 강자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신세계는 사모펀드(PEF)로부터 1조원의 투자를 유치해 온라인 통합법인 쓱닷컴(SSG닷컴)을 지난해 3월 출범시켰다. 김포·보정(용인) 물류센터에 이어 작년 12월 추가로 김포 온라인 전용센터를 구축하면서 온라인 사업의 핵심 경쟁력이 배송 서비스에 집중 투자했다. 롯데는 올해 상반기 백화점·마트·슈퍼·홈쇼핑·하이마트·롭스·닷컴 등 유통 7개사 온라인몰을 하나의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으로 통합한 플랫폼을 선보일 계획이다. 롯데가 티몬 등 경쟁사를 인수해 단숨에 국내 온라인 시장 강자로 치고 올라올 수 있다는 분석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초저가 아니면 초고가…‘소비 양극화’ 고착=올해 소비 양극화가 더 심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급격한 경기 침체, 소득 분배 악화 등으로 소비가 위축된 가운데 저가품과 고가품만 팔리는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온라인몰과 초저가 경쟁을 벌이는 대형마트와 슈퍼마켓의 매출 하락 폭이 커지고, 고가 상품을 판매하는 백화점, 면세점 등은 비교적 양호한 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현상은 유통 업체의 매출 변화를 통해 단적으로 드러난다. 국내 백화점 중 명품 브랜드를 가장 폭넓게 갖춘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명품 소비 트렌드의 덕을 톡톡히 봤다. 신세계백화점의 작년 3분기 매출은 1조6027억원, 영업이익은 959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7.3%, 36.6% 늘었다. 신세계백화점의 해외 명품 매출 비중은 30% 중반으로 23.5% 수준인 업계 평균보다 훨씬 높다.

롯데백화점·현대백화점의 매출을 견인한 것도 명품이다. 두 업체의 작년 1~10월 럭셔리 제품 매출은 전년 대비 24% 늘었다. 이런 추세는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안지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백화점은 소비 양극화에 따라 명품 매출이 급증하며 지난해 대형점포 위주로 고성장을 이어갔다”며 “올해도 백화점의 해외 명품 매출은 두 자리수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대형마트의 수익성은 악화됐다. 이마트와 롯데마트의 작년 3분기 영업이익은 40.3%, 61.5% 감소했다. 고가 상품이 없는 데다 온라인 쇼핑몰과의 초저가 경쟁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탓이다. 올해는 가격 경쟁 만으로 ‘현상 유지’가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기업들이 특단의 대책으로 생존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는 이미 올해 140개 점포 중 30% 이상을 미래형 매장으로 재단장해 ‘고객이 가고 싶은 매장’으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박종렬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초저가는) 이커머스도 같은 전략이라 출혈경쟁은 더 커질 개연성이 높다”며 “(대형마트 등이) 점포 방문객 수와 체류 시간을 늘리고 주된 이탈층인 20~30대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로명 기자/


육성연 gorgeous@heraldcorp.com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