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성장에 기초한 건강, 환경 및 동물 복지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유럽에서 비건 식품 시장이 강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경쟁업체인 육류업체들이 견제에 나서면서 비건 식품에 고기 명칭을 금지하는 법안이 EU에서 발의됐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이번 5월 초, 유럽의회 농업위원회(European Parliament’s agriculture committee)는 채식 또는 비건 식품의 라벨과 제품 설명에, 고기와 관련된 명칭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스테이크, 소시지, 에스칼로프(escalope, 얇게 저민 살코기에 빵가루를 발라 튀긴 요리), 버거 등을 사용 금지 명칭으로 예시했다.

이에 대해 영국의 비거니즘(veganism) 비영리단체인 더비건소사이어티(The Vegan Society)는 EU에 14 페이지 분량의 공식 서한을 통해 항의했다. 더비건소사이어티는 “비건 식품의 고기 명칭 사용 금지 조항, 일명 ‘금지 조항’은, 정확한 라벨링(clear labelling)에 관한 EU법을 무시하는 처사로, 유럽 시민들의 제품 사용 방법에 대한 정보 제공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더비건소사이어티의의 담당 변호사는 “‘금지 조항’은 공익을 위한 게 아니며, 만일 시행된다면 식품을 공급하는 모든 공·사적 단체들이 정상적인 기능을 할 수 없게 되어 사회 전반에 행정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소비자에게 음식 사용법을 알려줘야 한다는 ‘식품 라벨링법’을 인용하면서 “비건 식품의 고기 명칭 사용은 소비자들에게 식물기반 식품의 조리 및 사용법을 알려주는 정보 제공 수단”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영국의 육류생산협회(British Meat Processors Association) 대변인은, 식물기반 식품을 설명하기 위해 고기 명칭을 사용하는 것은 그 자체로 소비자를 오도할 수 있다며 반박에 나섰다. 이 대변인은 “핵심은 정확한 라벨링”이라며 “가령, ‘고기 무첨가 미트볼’이라는 명칭으로 판매하는 것은, 제품에 고기가 함유되어 있을 수도 있다고 소비자를 호도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더비건소사이어티의 대변인은 “이는 식물기반 식품 시장의 성장세에 직면한 육류업체들이 비건 식품 마케팅을 제한하고자 하는 술책으로, 이러한 정책은 소비자 보호를 위한 게 아닌, 육류 산업의 이익을 위한 로비의 결과물일 뿐”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현재 더비건소사이어티는 EU에 항의하며 청원을 진행 중이다.

aT 관계자는 “관련 법안은 유럽 의회의 승인을 기다리는 상태며 오는 6월에 개회하는 유럽 의회에서 통과될 지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비건 협회의 강력한 반발에도 ‘금지 조항’ 통과시, 식물기반 식품의 라벨링에 더 이상 고기 명칭을 사용할 수 없으므로 EU 수출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육성연 기자/


육성연 gorgeous@heraldcorp.com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