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 최정인·안세은 연구원 만나보니 상온 생선조림 개발로 수산 간편식 새 장 열어 비린내, 식감 잡은 R&D 기술로 소비자 호평 성장성 큰 수산 간편식 대표 제품으로 키울 것

집에서 생선조림 요리를 직접 한다고 생각해보자. 머릿속에 아무 방법도 떠오르지 않는 요리 초보 자취생은 집밥이 그리워질 것이다. 노련한 주부에게도 생선조림은 번거로운 요리다. 비린내가 나고, 부재료도 손질해야 하며, 수고에 비해 정작 맛은 그저 그러기 십상이다. 이들에게 "1일 1생선(하루 한 끼 생선 요리를 먹는 것) 하시겠어요?"라 묻는 건 무리다. 그런 일이 가능할리가.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에서 일하는 안세은(27), 최정인(28) 연구원의 생각은 달랐다. 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CJ 블로썸파크에서 최근 만난 두 연구원은 지난 6월 '비비고 생선조림'을 내놓았다. 비비고 생선조림은 국내 최초 용기형 상온 생선조림 제품이다. 다시 말해, 구매한 제품 그대로 전자레인지에 90초를 돌리면 생선조림이 완성된다. 유통기한은 9개월이다. 상온인 만큼 냉장고 공간을 차지하지 않는다. 캠핑이나 여행에 들고 가도 상할 염려가 없다.

안 연구원은 "소비자들 사이에선 생선조림을 상온 보관하는 게 신기하다는 반응이 많다"며 "대부분 '비린내가 날 줄 알았는데 안 나네', '생선 살이 풍부하네', '생선을 손쉽게 먹을 수 있어서 좋네'라는 후기로, 수산물 간편식이 비릴 것이란 거부감을 반전시켰다"고 말했다.

최 연구원은 "비비고 생선조림은 제가 집에서 해도 이 정도 맛을 내긴 어려울 것"이라며 "1일 1생선 시대가 목표"라고 했다.

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CJ제일제당의 식품연구소 CJ블로썸파크에서 지난 1일 만난 최정인(왼쪽), 안세은(오른쪽) 연구원이 1년간 개발을 담당한 비비고 생선조림 3종(고등어시래기조림·코다리무조림·꽁치김치조림)을 들고 있다. [CJ제일제당 제공]
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CJ제일제당의 식품연구소 CJ블로썸파크에서 지난 1일 만난 최정인(왼쪽), 안세은(오른쪽) 연구원이 1년간 개발을 담당한 비비고 생선조림 3종(고등어시래기조림·코다리무조림·꽁치김치조림)을 들고 있다. [CJ제일제당 제공]

비비고 생선조림은 고등어시래기조림·코다리무조림·꽁치김치조림 3종이다. 취식 빈도가 높고 외식 메뉴로 인기인 생선을 골랐다. 가정간편식(HMR) 시장은 현재 4조원 규모에 육박하지만, 수산물을 활용한 간편식은 거의 없었다. 수산캔은 대중적인 참치캔을 제외하곤 요리 재료형이나 안주용에 머물러 있는 수준이다. 수산 간편식 시장 역시 1200억원(참치캔·연어캔 제외) 규모로 최근 몇 년간 정체 중이다.

CJ제일제당은 '언제든 간편하게'라는 간편식의 가치를 수산물에도 적용해보기로 했다. 향후 수산물 HMR 시장이 커진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세계에서 가장 수산물을 많이 먹고 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2013년~2015년 기준 우리나라 1인당 연간 수산물 소비량은 58.5kg로 세계 1위다. 세계 평균(20.2kg)의 약 3배에 달한다.

"최근까지 HMR 제품은 보통 돼지고기나 닭고기 등 육류 기반이었어요. 가정간편식 수산물 분야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를 받았죠. HMR은 원물이 중요한데, 수산물은 육류에 비해 유통기간이 짧고 상하기 쉬워 취급이 까다로워요. 특히 온도에 민감해 취급에 따라 비린내가 극대화되기도 하고 단단한 식감이 나타나기도 하죠." (안세은 연구원)

비비고 생선조림 품질을 위해선 생선 특유의 비린내를 잡고 식감을 살려야 했다. 또 한정된 용기 공간에 일정 규격의 생선과 야채를 넣는 일도 쉽지 않았다. 두 연구원은 1년간의 개발 기간 동안 제반 기술을 담당하는 유관부서, 원물을 공급하는 협력업체와 부단히 소통했다. 각 생선과 조화로운 맛을 내는 부재료 선정을 위해 외식 전문점 조사도 발로 뛰었다.

최 연구원은 "생강 분말, 과일 추출물 등 천연 향신료를 사용한 비린내 제어 기술로 생선 특유의 잡내를 잡고 CJ 플랫폼기술센터와 협업, 마리네이드(생선 등을 조리하기 전에 절여놓는 것)를 통한 육즙 보존 기술을 적용했다"고 말했다.

안 연구원은 "고등어시래기조림은 개발 당시 '시래기가 생소하다'는 반응이 많았으나 강원도 태백의 한 전문점 메뉴에 착안해 차별화를 꾀했다"며 "코다리는 작년부터 외식 전문점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생선요리로, 빨리 제품화하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비비고 생선조림은 자녀가 있는 가구의 성인 소비자를 주요 타깃으로 한다. 이들은 생선조림을 즐기는 취식 비중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매콤한 양념이 느껴지는 생선조림 맛도 성인 소비층의 선호를 반영한 것이다.

최 연구원은 "1일 1생선 시대를 위해 온 가족이, 더 폭넓은 연령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메뉴를 개발할 계획"이라며 "비비고 생선조림은 현재 대형마트에 입점했으며 1인 가구 소비가 많은 편의점에도 곧 들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육성연 gorgeous@heraldcorp.com 기자